소소한 이야기

지금 당장 버려야 하는 생각

moolim 2024. 3. 4. 08:20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항상 입에 달고 다녔던 말이 있다. "우리 벌써 00살이야. 우리 왜 이렇게 늙었지."라는 말이다. 웃기지만, 20대 초반에도 말이다. 이 말이 나의 행동에 어떤 제약을 주었냐면, 모든 것이 지금 시작하기에는 늦어 버렸다고 생각하여 시작하려고 하지 않았다. 항상 생각만 했다. 현재의 나는 지금이 가장 젊지만, 현재의 나는 모든 것이 너무 늦어버렸다고 치부해 버렸다.


 20대 초반에 영어 공부를 해서 멋지게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벌써 3학년인데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그림을 배우고 싶었지만, 지금 그림을 배워서 뭐 하겠냐고 생각했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들어가고 싶었던 사진 동아리가 있었는데, 3학년에 들어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고 생각했다. 친하게 지냈던 친구와 사소한 다툼을 하고 몇 년이 지나 사과하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좋은 회피 도구였다. 하고는 싶지만, 실체 없는 두려움과 망설임을 대신할 좋은 핑곗거리가 된 것이다. 영어를 잘하고 싶지만, 잘하는 수준이 되려면 얼마나 공부해야 하나라는 막연함 때문에, 동아리에는 들어가고 싶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집단에 대한 낯섦 때문에, 사과하고 싶지만, 괜한 자존심이 상하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던 것이다.


 시간이라는 흐름 속으로 숨어버려, 어쩔 수 없더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몇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나는 아직도 영어를 잘하고 싶고, 그림도 잘 그리고 싶고, 그 친구의 소식을 알고 싶다. 더욱이 글도 잘 쓰고 싶고, 건강하고 싶고, 좋은 인간관계를 맺고 싶어졌다. 만약 대학생 때 회피했던 것들을 그때 시작했다면, 지금 그중 몇 가지는 이미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이미 늦었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늦었다고 해서 하고 싶은 것들이 잊혀지는 것도, 사라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이득이 아닐까? 지금이 하고 싶은 것을 시작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점이라는 것을 되새긴다면, 선택에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은 아직 늦지 않았다.

정말 그 속담이 맞았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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