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부터 받아온 질문 중에서, 가장 대답하기 곤란했던 질문이 있다. "너는 어떤 걸 좋아해?", "취미가 뭐야?",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해?" 라는 질문들이다. 이 질문을 회사 면접에서도 받았었는데, 그때 사실 무엇이라고 대답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스스로를 알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아야한다는 메시지가 넘쳐난다.
요즘은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한 세상인 것 같다. 스스로 누구인지 알아야 하고,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알아야 제대로 사는 인생이라는 메시지가 많다. 그래서 한때 나는, 종종 무언가를 좋아하는 척을 하기도 했다. 취미에 대해 물음을 받을 때면, 음악듣기, 영화 보기와 같이 가장 흔한 단어와 문구를 골라 들키지 않도록 노력하기도 했다. (음악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나를 아는 것은 스스로의 인생의 선택과 행동에 중요한 도구로 역할을 하기에 중요한 부분인 것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나를 알아야 한다는 조언과 권유는 때때로 피로감을 주기도 했다. 남들을 따라 맛집도 다녀보고, 미술관을 통해 문화를 즐기는 흉내를 내보았지만, "이렇게 하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구분해 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꼭 그러한 것들이 명확해야 하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반드시 명확해야 하는 것일까?
무엇을 좋아하는지 명확히 뚜렷하게 아는 사람들이 있을까? 현재의 내가 좋아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좋아하지 않은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순간 순간들을 마주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들 혹은 내가 누구인지 정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바라보며, 지금 하고 싶은 무언가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하고싶은 것은 다르며, 좋아하는 것이 있어야만 하고 싶은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무엇인가를 가볍게라도 행하고, 그 행동을 취하고 어떠한 결과를 얻었을 때 온전히 느껴지는 감정들을 대면하며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 나를 어떠한 문구와 명사들로 설명해 내는 것보다 중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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